여름의 끝자락이어서, 아니 환절기의 시작이어서,
저녁이면 소슬바람에 드러난 몸에 소름이 잘게 돋았다
내게 있는 모든 것을 여의고 있을 가을과
내가 여읜 모든 것을 깨닫게 될 겨울을 위해
나 이제 삶의 한가운데로 들어가려 한다
살아야 한다는 절실한 다짐을 가슴 깊이 각인하고서
세상의 것들에게서 발을 떼려 한다
...저기, 누군가의 흰 옷자락이 보인다
따뜻하게 웃고 있다
나도 환하게 웃으려 한다
아주 훗날,
긴 편지를 보낼 때까지 안녕
그때의 편지는 못다 한 푸념이거나 안부 인사 정도이겠지
...안녕 내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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