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전기처럼..[빌리 엘리어트]

말하는 건축가 [Talking Architect, 2011]

예쁜나무 2012. 4. 3. 20:03

 

요약정보
다큐멘터리 | 한국 | 95 분 | 개봉 2012-03-08 |
홈페이지
국내 blog.naver.com/talkingarch
제작/배급
㈜두타연(제작), ㈜두타연(배급)
감독
정재은
출연
정기용 (본인 역), 승효상

 

[줄거리]

건축가 정기용(66세)은 척박한 한국 건축문화의 문제점을 설파하고 이 땅에서 건축한다는 것은 무엇인가에 대한 새로운 대안을 찾기 위해 평생을 바쳐왔다. 한국 현대건축의 2세대에 속하는 대표적인 건축가인 그는 전북 무주에서 12년 동안 진행한 공공건축 프로젝트와 전국 6개 도시에 지은 어린이 도서관인 기적의 도서관 프로젝트 등을 통해 건축의 사회적 양심과 공공성을 강조해왔다. 그는 언제나 열정적인 말로써 한국의 건축 제도를 개선하고 대안적인 건축 철학을 제시하기 위해 노력한 지식인이다. 또한 쓰레기를 양산하는 현대 건축의 폐해를 극복하기 위해 흙을 이용하는 건축 방법을 고민했다.
현재 정기용은 건강이 좋지 않다. 5년 전 설계차 들린 병원에서 대장암 판정을 받고 11시간에 걸친 대수술을 받아야 했다. 그러나 그는 퇴원 후에도 일을 멈추지 않는다. 암치료의 부작용이 낳은 성대결절로 인해 목소리가 잘 나오지 않는 정기용. 말을 전하기 위해 마이크에 의존하고 있지만 그는 말을 멈추지 않는다. 부산시 공무원들과 함께 무주 공공건축 프로젝트를 답사하던 정기용은 무주 등나무 운동장에 자신도 모르는 사이 태양열 집열판이 설치된 것을 보고 불 같이 화를 낸다.
그러던 어느 날 정기용은 서울 광화문 일민 미술관으로부터 단독 건축전 개최를 제안 받는다. 정기용은 이 건축전을 준비하면서 평생에 걸쳐 쌓아온 성과물을 보다 폭넓은 대중들과 소통하고자 한다. 그러나 전시 준비 과정은 순탄하지가 않다. 일민미술관 측과 정기용의 전시 준비 팀은 전시 규모와 내용을 두고 갈등한다. 시간은 흐르고 정기용은 몰라볼 정도로 수척해진다. 죽음을 앞둔 정기용은 자신이 설계한 건축물과 집들을 되돌아보면서, 그 안에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과 대화를 이어나간다. <말하는 건축가>는 그의 마지막 전시 준비 과정을 축으로 그의 삶의 궤적, 그의 건축 철학과 작업, 그리고 죽음에 직면한 한 인간의 예민한 심리를 포착한다.

 

 <말하는 건축가>는 또한 서울 광화문 일민미술관에서 열린 정기용 건축전 ‘감응: 정기용 건축’(2010.11.12-2011.1.30)의 준비 과정을 따라 잡는 예술 다큐멘터리이기도 하다. 사실 한국에서 건축은 예술과 문화로 제도화되지 못했다. 역사적으로 예술의 제도화 과정에서는 박물관과 미술관이 결정적인 역할을 해온 데 반해, 국내의 박물관과 미술관은 건축을 그 안으로 적극 끌어들이지 않았다. 국내 사립 미술관에서 건축가 개인의 대규모 회고전이 열리기는 일민미술관의 ‘감응’ 전이 처음이다.
<말하는 건축가>에서 정기용은 일민미술관의 전시 제안을 받은 뒤 전력을 다해 전시를 준비한다. 정기용은 그가 건축을 통해 평생에 걸쳐 추구했던 바를 보다 많은 대중과 직접 소통하고 싶어 하는 것이다. 이는 해당 건축가가 더 많은 관객들을 만나고, 다수의 공중(公衆)이 단지 자본과 권력에 의해 좌우되는 단순한 건설 행위가 아니라 문화적 장치로서 예술의 한 분야로서 건축을 이해하게 하는 구체적인 실천 행위이다.
마침내 전시 개막일. 한국 건축계와 문화계의 많은 인사들이 일민미술관으로 모여든다. 유홍준, 김정헌, 도정일 등 현재 한국을 대표하는 지식인과 예술인들의 모습을 영화에서 확인할 수 있다. <말하는 건축가>는 미술관과 큐레이터, 작가와 관람객이 하나의 전시회를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빚어내는 갈등과 소통, 상보와 이해의 역학관계를 세밀하게 포착하는 예술 다큐멘터리다.
<말하는 건축가>는 또한 한국의 대표적인 건축가와 건축평론가들의 목소리를 통해 정기용과 한국의 건축에 대해 이야기한다. ‘빈자의 미학’이라는 건축 철학으로 잘 알려져 있으며, 지난해 광주비엔날레 총감독을 맡아 대중들에게도 친숙한 건축가 승효상, 한국 현대건축의 대표작으로 평가받는 서울 선유도 공원을 설계했으며 정기용의 오랜 동료였던 건축가 조성룡, 현재 재건축되고 있는 서울 시청사의 설계자인 건축가 유걸 등을 영화에서 만나볼 수 있다.



1. 무주 공공 프로젝트, 진정한 녹색성장이란 무엇인가?
정기용은 1996년부터 2008년까지 12년 동안 전북 무주군에서 4개의 면사무소(주민자치센터)와 공설운동장, 납골당, 버스정류장 등 30여 개의 공공건축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무주 공공건축 프로젝트는 현대 한국 건축계에서 한 명의 건축가가 하나의 지역을 대상으로 진행한 공공건축 프로젝트 가운데 가장 크고 오랜 시간을 들인 우리 건축계의 사건이었다. 사람과 자연, 사람과 사람 사이의 소통을 건축 작업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로 여겼던 정기용은 급격하게 산업화된 현대 한국 사회에서 점차 소멸해가는 농촌의 문제를 재고하고, 이 땅의 기후와 풍토와 풍경에 기반해 농촌 삶의 현실을 재해석하면서, 공동체성을 회복하고 새로운 거주의 가능성을 타진하고자 했다. 2010년 봄 정기용은 부산시 건축 공무원과 관계자들의 무주 건축 답사에 동행하면서 자신의 작업을 소개한다. 12년 간 이어진 이 프로젝트에서 정기용은 무주군에 거주하는 수많은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그들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것이 무엇이며 어떤 공간이 그들의 삶을 보다 윤택하게 할 수 있을 것인지를 고민하고 이를 건축 작업에 반영했다. 안성면 면사무소에는 주민들이 가장 필요로 했던 공중목욕탕을 만들고, 무주군수와 주민들이 바랐던 자연친화적인 감응의 공간을 창조하기 위해 공설운동장의 스탠드를 등나무로 감쌌다. 그런데 2년 만에 무주에 다시 내려온 그는 면사무소와 운동장에 태양열 집열판이 볼썽사납게 설치된 것을 발견하고 좌절한다. 관공서의 에너지 절약을 위해 태양열을 사용해야 한다는 정부 시책에 따라 실행된 것이지만, 이는 자연을 소외시킬 뿐 아니라 설계자인 정기용의 의도와도 어긋나는 것이었다. 과연 진정한 ‘녹색성장’이란 무엇인가? 정기용은 자신도 모르게 망가져가고 있는 무주의 풍경에 실망한 채 발걸음을 돌린다.


2. 동대문 운동장 프로젝트,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가?
지난 2007년 서울시는 민선4기 시정의 핵심과제로 ‘동대문운동장 공원화 사업’을 본격 추진하기 위해 지명 초청 설계경기를 통해 설계자를 선정키로 하고 국내외 각 4명씩 저명한 건축가 총 8명을 선정했다. 외국 건축가로는 이라크 출신으로서 영국에서 활동중인 자하 하디드와 스페인 출신으로서 역시 런던에서 활동중인 FOA(Foreign Office Architects), 미국의 스티븐 홀 및 네덜란드의 MVRDV이며, 국내 건축가로는 유걸, 최문규, 조성룡 및 승효상이었다. 설계경기에 참가하게 된 조성룡은 친구인 정기용에게 도움을 청하고 그들은 함께 설계경기에 참가했다. 동대문은 정기용에게 제2의 고향 같은 곳이다. 어린 시절을 동대문 한가운데서 보낸 정기용은 이 프로젝트에 대한 애정이 깊었다.
서울을 대표하는 역사와 문화의 중심공간이며 패션 산업의 메카인 동대문 일대를 크게 바꾸게 될 이 프로젝트의 결과는 모든 이들의 관심을 받았다. 놀랍게도 자하 하디드의 설계안이 당선되었다. <말하는 건축가>는 이 프로젝트의 진행 과정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가졌던 정기용의 목소리를 들려준다. 또한 설계경기에 참가했던 국내 대표적인 건축가들인 승효상, 유걸, 조성룡의 인터뷰와 더불어 그들의 설계안도 영상에 담았다.
수년간의 공사를 마치고 오는 7월 자하 하디드의 동대문 디자인플라자가 공개된다. 서울시는 국제적인 스타 건축가의 건축 작업을 통해 동대문이 세계 디자인의 허브가 될 것이라며 환영했다. 정기용은 자하 하디드의 건축이 동대문 주변의 환경과 어울리지 않고 역사적인 공간을 파괴하는 형태 만능주의적 건축이라며 극도로 혐오한다. 동대문 프로젝트는 현재 우리의 건축 환경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이다. 국제적인 감각을 가진 국내 건축가의 부재, 서울 도심의 풍경과 개별 건축물의 관계 등의 숙제를 던지며 공개되는 자하 하디드의 동대문 역사문화공원과 디자인플라자는 프랭크 게리의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처럼 많은 관광객을 불러오는 서울의 랜드마크가 될 수 있을까?


3. 건축가의 사회적 책임이란 무엇인가?
정기용이 우리 건축계에서 자신의 활동의 방법론으로 삼은 것은 ‘말과 흙’으로 요약할 수 있다. 68혁명 직후 프랑스에 유학했던 그는 15년간의 파리생활을 정리하고 한국으로 돌아온 뒤 ‘사회적 건축가’로서 말과 행동을 시작한다. 한국은 건축문화의 전통이 급속히 단절된 채 자본주의 근대화 과정을 경험했으며,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건축은 관료주의와 자본주의의 시장 논리에 복속하게 되었다. 정기용은 근대성, 언어와 소통, 공공성, 삶과 거주, 건축의 사회적 실천 문제를 누구보다 앞서서 고민하고 행동으로 옮긴 인물이었다. 1986년부터 학생들을 가르친 그는 민족건축협의회 회장을 맡았으며 동료 건축가들과 함께 한국 현대 건축의 브레인이자 심장부인 ‘서울건축학교(SA)’의 운영위원으로 일했다. 그는 개별적인 건축물 또는 건축 작품을 만드는 것만큼이나 건축을 매개로 학생과 일반인과 전문가 모두와 말하고 소통했던 것을 중시했던 인물이다. <사람 건축 도시> <서울 이야기> <감응의 건축> <기억의 풍경> 등 여러 권의 책도 출간했다. 삶과 사회와 건축에 대한 그의 관점이 녹아있는 이 사유의 결과물에서 그는 ‘우리’의 공동체적 가치를 회복하고 개발중심주의의 파괴와 건설이 아닌 진정한 의미의 공간과 영역, 우리의 삶을 재창조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말하는 건축가>에서도 정기용은 끊임없이 말한다. 그는 삶의 많은 시간들을 학생들에게 강의하고, 자신의 회사인 기용건축의 직원들과 회의하고, 공무원들에게 편지를 쓰고, 그가 설계하는 공간을 사용할 사람들과 대화를 하는 데 쏟았다. 그에게 있어서 말이란 인간의 삶을 이루는 근원적인 요소인 동시에, 개별 낱말을 재료로 삼아 하나의 사유의 건물을 짓는 건축적인 작업이나 마찬가지다. 따라서 <말하는 건축가>는 일반적인 많은 건축 다큐멘터리와는 달리 정기용이 만든 건축물 자체를 단순히 소개하거나 홍보하는 작품이 아니다. 오히려 이 영화는 정기용의 끝없는 말과 글을 통해 그가 평생에 걸쳐 역설하고자 했던 가치에 귀를 기울이면서, 결국 그것이 한국 현대 건축의 문제와 역설에서 파생되어온 것이며, 결국은 한국 사회의 리얼리티를 반영하는 핵심적인 쟁점이라는 것을 보여주고자 한다.


4. 기적의 도서관, 공공건축은 어떠해야 하는가?
현대 건축은 포스트 모더니즘과 더불어 점차 강력하고 스타일리시한 형태를 창조하는 데 골몰해 왔다. 건물이라기보다는 조각에 가까운, 시각적 충격을 주는 기념비적인 랜드마크를 설계하는 건축가가 세계적인 명성을 얻는 시대가 되었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정기용의 건축은 진부하고 일상적이라는 인상을 준다. 하지만 정기용은 매혹적인 형태를 만들어 냄으로써 디자인 감각을 뽐내기보다, 해당 건축물이 지어지는 땅과 그 사회적 역사적 맥락을 읽어내고 공간을 통해 사용자의 공동체성을 회복하는 방법을 택했다. 형태가 아니라 삶을 성찰하는 것이 건축가의 역할이라는 점을 강조했던 것이다. 건축을 통해 사회 관계를 만들어내는 공공적 서비스로서의 건축은 그가 급속한 근대화 과정에 의해 망가지고 부서진 한국 사회를 치유하는 방식이었다. 순천, 진해, 제주, 서귀포, 정읍, 김해 등 여섯 곳에 어린이 도서관으로 지은 ‘기적의 도서관’ 프로젝트는 정기용이 추구했던 건축의 가치를 가장 잘 보여주는 결과물이다. <말하는 건축가>는 사회적 실천으로서의 건축, 공공건축의 모범적 사례로 기적의 도서관 프로젝트의 형성 과정을 소개한다. 그리고 단순히 형상의 미적 감수성을 강조하는 미학으로서의 건축이 아니라, 해당 건축물을 사용하는 사람들 모두의 삶의 질과 맞닿은 ‘윤리로서의 건축’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건축 재료의 측면에서, 정기용이 평생에 걸쳐 탐구하고자 했던 것은 흙이다. 그는 오직 흙으로 7천여 명이 거주할 마을을 만들어냈던 이집트 건축가 하싼 화티의 <이집트 구르나 마을 이야기>를 우리 말로 번역함으로써 건축에 있어서 흙에 대한 관심을 이끌어 냈다. 그리고 한국에서 근대화와 자본주의 도시 형성 과정, 그리고 그 건축 시스템에 대한 비판적 대안으로서 우리 땅에 남아 있는 흙집과 담을 찾아 나섰으며, 살림집과 학교를 흙집으로 설계하고 만들어냈다. 정기용이 ‘흙건축의 대가’라 불리게 된 것은 그런 이유다. <말하는 건축가>에서 정기용은 무주 진도리 마을회관에서 흙건축을 설명하며 이를 삶과 죽음에 대한 성찰로 이끌어낸다. “건축은 영원하지 않거든요. 어느 정도 쓰고 또 사라지고 새로 짓고. 근데 사라질 때 현대 건축의 문제는 그게 다 쓰레기가 된다는 거. 근데 흙건축은 사라질 때 깨끗하다. 왜? 그냥 흙으로 돌아가버리니깐. 어디로 가져갈 필요도 없이 그 자리에서 그냥 흙으로 돌아가 그런 깨끗한 죽음을 가지고 있다.” 정기용은 이제 자기 자신이 흙으로 돌아갈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따라서 흙은 건축 작업을 가능하게 하는 재료인 동시에, 인간이 죽음 이후에 돌아가게 되는, 삶의 근원적인 연장에 다름아니다.

 

 

 

 

 

 


[영화를 보고..]

어떤 건물을 지을 때 그 건물을 사용하는 사람에게 물어보기

어떤 구조물을 지을 때 그 구조물의 역활과 사용하는 사람들게에 유용한것인지 생각하기

건축을 하는 것은 사람을 생각하는 것이다.

무주에 주민자체선터를 지으며 주민들에게 물어본다

주민들은 짓지 말라고 한다 돈만 쳐들고 쓸데도 없는 걸 무엇하러 짓느냐

만약 짓는다면 어떤것이 필요하냐 물으니 목욕탕이나 지어달라

시골에 사는 사람들은 일년에 몇번 도회지로 단체로 나와 목욕을 해야 한다

그는 그렇게 하였다.

직접 설계한 목욕탕에서 목욕을 하고 나와선 이렇게 목욕을 하니

이제서야 이 건축물을 완성한것 같다는 말을 한다.

인상깊은 말씀이었다. 

 

건축가의 집이 잠깐 등장한다.

좁은 아파트에 주변이 시끄럽다.

하지만 건축가는 이처럼 서울 시내가 다 보이고

시간에 따라 햇빛이 비치는 각도가 다른 이집은

이 세상에서 가장 좋은 집이라고 한다.

얼마나 아름답냐 지는 햇살이 나를 향해

비치고 있지 않느냐...

 

사람은 나이가 들면 들수록 철학을 공부해햐 한다.

나이가 들어 죽는것이 슬프고 안타까운 것이 아니고

죽어감에 맑은눈. 밝은 눈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의 말에서

잘 죽기위해서는 잘 살아야 한다는

교훈을 주는 것 같았다.

그를 만나고 돌아오는 길에는

생각의 실타래가 끊이지 않고

얼기설기 마음이 서늘해지기까지 했다.